태백산맥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지리상의 용어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랬었다. 이제는 지리상의 용어라기보다는 문학적 용어가 되어버렸으니까. 작가 조정래는 '태백산맥'을 번쩍 들어올려 지리학에서 문학을 옮겨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직도 지리상의 이미지와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다. - 태백산맥은 한반도의 척추이다. 산맥은 거대하다. 38선이건 휴전선이건 그 산맥에 비한다면 단지 작은 성채기에 불과하다. 산맥은 태초로부터 영원하다. 휴전선이 아무리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듯 느껴지더라도 이 거대한 산맥의 역사에 비하면 한줌의 시간에 불과하다.
이 작품은 이런 은유에 크게 기대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구조만 보더라도 이러한 대비는 분명해진다. 『태백산맥』은 1948년 10월 여순사건 직전부터 1953년 늦가을 잔비(殘匪) 소탕이 끝나가던 때까지 5년 동안의 사건이다. 1948년 가을 새벽에 햇솜 같은 흰 꽃을 매단 중도방죽 갈대밭의 풍경으로부터 시작해서, 1953년 늦은 가을 어느 날 새벽에 갈대가 누렇게 변한 벌교의 포구를 배경으로 막을 내린다. 가을에 시작해서 늦가을에 끝냄으로써, 마치 며칠 밤에 걸쳐 일어난 사건인 듯한 착각을 준다. 이렇게 5년을 며칠로 착각하도록 하는 동시에 공간의 불변성을 강조하는 이런 구성은 물론 의도적인 것이며, 분단의 일시성을 강조하기 위한 구성이겠다. 그러므로 『태백산맥』이라는 제목은 남북으로 잘린 허리를, 민족 분단을, 국토의 영원성과 분단 극복 의지를 상징한다. 앞서 보았듯이, 김범우와 염상진이 횡갯다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바로 이런 태백산맥의 상징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한만수(문학평론가, 순천대 국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