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설 춘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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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저자: 미상
장르: 구비문학/고전소설
춘향전(春香傳)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로 소설의 이본이 120 여종이나 되고, 제목도 이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단일 작품이 아닌 작품군인 춘향전군(春香傳群)이라고 보아야 한다. 판소리로 불리다가 소설로 정착되었을 거라고 보는 판소리계 소설의 하나이지만 문장체 소설로 바뀐 것도 있고, 한문본도 있다. 창극·신소설·현대소설·연극·영화 등으로도 개작되었다.
한국 문학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고전으로 남을 수 있게 한 춘향전의 밑바탕은 그 주제와 서사구조(敍事構造)의 탁월성에 있다고 본다. 춘향전의 주제나 서사구조는 개방적이고 생산적인 성격을 본질로 한다고 한다. 이로 말미암아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탄력성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춘향전은 각 시대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 진화와 재창조를 계속 할 수 있는 원초적 힘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현실과 소망, 시와 산문, 상층언어와 하층언어, 몰락과 상승, 슬픔과 기쁨, 헤어짐과 만남, 약자(弱者)와 강자(强者)등의 다양한 양극적 대립 항들을 함께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들 사이의 관계를 다이나믹(Dynamic)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모든 계층의 모든 상황의 한국인들이 두루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보편적 문학소(文學素)를 바탕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급문예가 지닐 수 있는 순수 예술적 요소와 대중문예가 추구하는 통속 예술적 요소를 교묘하게 배합하면서 인간의 본질적 문제의 하나인 <사랑>의 문제를 중심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 춘향전이다. 이 사랑의 긴장된 끈은 계층간의 갈등과 서민의 저항이라는 사회성의 의미를 드러내고, 이완된 끈은 젊은이들 간의 순수한 사랑과 애욕(愛慾)과 인간애로 연결된다. 이런 원심적(遠心的)힘과 구심적(求心的)힘이 서사구조의 핵심이 되어 몇 개의 겹쳐진 동심원(同心圓)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춘향전의 여자 주인공 춘향의 사랑과 이별, 고난과 그 보상이란 밝음과 어둠, 어둠과 밝음의 순환적 교체 속에서 단순한 이야기지만 설화적(說話的) 윤리성 이상의 짙은 인간의 삶의 본질을 맛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은 삶의 한(恨)과 그 한스러움에 대한 풀이로서의 시명과 흥겨움으로 승화된다. 곧 춘향의 이별과 기다림만도 서러운데 죄 없이 옥에 갇혀 육체적 형벌을 당하는 모습은 이를 지켜보는 월매와 향단이만의 서러움이 아닌 민족의 설움으로 그 의미망(依微網)을 확충시키며, 공감에의 호소력을 지니게 된다고 한다. 시련을 겪음으로써 더욱 성숙되고 숭고한 미(美)를 드러내는 춘향의 아름다움은 곧 전형적 한국인의 미감(美感)으로 확대된다. 무한정의 기다림과 소망을 향한 끈질긴 의지로서 견디어 내는 힘의 원천은 춘향의 의지만이 아닌 우리 민족의식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민족혼과 연결되었던 것이다. 재난의 어둠을 어둠으로 인식하지 않고, 더욱 밝아질 밝음을 지향하는 시야(視野)말로 가장 온전한 춘향의 모습이요, 민족의 슬기라 하겠다. 이러한 정신이 춘향의 구원과 부활을 있게 하고, 한국인의 구원과 부활을 지향한 정성적 지표로 상승된다.
아무리 깊고 긴 어둠과 슬픔도 그 끈질긴 헤쳐 나아감의 힘 앞에 피는 춘향전의 주제는 표면으로는 열(烈)이라는 단순한 전통적 윤리의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랑과 열이 하나로 통한되는 속에서 화평과 화합의 의미를 생성시킨다. 춘향과 이도령을 젊은이의 사랑이라는 끈으로 연결 지음으로써 반민(班民)의 연계성을 지니게 한다. 기생의 몸에서 태어난 춘향과 양반의 집안에서 태어난 어사 이도령의 간격은 엄청난 사회적 거리의 양극점(兩極点)에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애정의 거리는 이들을 하나 되게 하는 합일점이 된다.
춘향과 이도령의 이별은 그들이 지닌 계층 간의 거리가 양극점에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契機)가 되고 이는 변사또와 기생의 몸에서 출생한 춘향의 관계에서 더욱 두드러져 나타난다. 그러나 관(官)의 관으로 표상되는 어사(御使)는 오히려 민의 민(民)으로 표상되는 기생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사랑의 복선(復線)으로 말미암아 사회적 계층의 분리에는 탈계층화에 의한 통합으로 지향되며, 왕과 백성의 승인을 받는다. 새로운 양반상(兩班像)의 이 화려한 재결합은 기존사회의 보수적 관습을 뛰어넘는 탁월한 발상에서 비롯된다. 첨예화된 관(官)과 민(民)의 대결과 이러한 관민의 의미있는 화해는 춘향전을 읽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들을 오히려 친화감으로 묶는 대동적(大同的) 화해주의와 화평주의를 추구하는 소설로서 춘향전이나 판소리로서의 본질이라 할 것이다.
즉 구성진 가락에 실리는 흥겨운 멋, 한스럽고도 신명이 날 수 있는 흥한(興恨)의 창조적 만남이 판소리 춘향전의 예술적 정감(情感)이 지닌 멋이요. 소설 춘향전의 멋이라 하겠다. 기쁨 속에서 슬픔을 만들어 내고, 그 슬픔 속에서 다시 더 짙은 기쁨을 움트게 하는 전체 예술인의 혼이 깃든 슬기와 끈기가 춘향전을 300여 년 동안 끈질기게 계승되고 실험적 발전을 시켜온 한국인들의 끈끈한 정감의 바탕이요, 풍류라 할 것이다.
<춘향전>은 어느 천재적 작가에 의해 완성된 완결형의 고전이 아니다. 평범한 한국인 모두의 슬기와 지혜의 응집이 영원히 지속되는 그 속에서 서서히, 그러나 끈질기게 성숙해 가는 진행형 고전이요, 항상 그때그때의 현재 시점에 영원히 살아 있는 고전이다. 어떤 토속성도 어떤 화려한 외래성과 함께 만나 엉키고 어울리면서 주체성을 지키는 열려져 있는 정신이 춘향전의 기본 바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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