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정취암(淨趣庵)
페이지 정보

본문
정취암(淨趣庵)
1)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천공이야기
정취암의 의상대사는 이웃 정수산에 있는 율곡사를 창건한 원효대사와 함께 종종 도력을 겨뤘다고 한다. 정취암의 의상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음식을 먹으며 수도를 하고 있는데 하루는 점심때에 맞춰 율곡사에서 보리죽을 먹고 있던 원효가 밥을 얻어 먹으러 왔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하늘에서 음식이 내려오지 않는지라 원효는 돌아가고 말았다.
그런데 원효가 돌아가자 선녀가 음식을 가지고 내려오는지라 의상이 까닭을 물으니 원효를 호위하는 여덟 신장이 길을 막아 내려오지 못했다고 하자 의상은 깨달은 바가 있어 이후부터 음식을 사양했다고 한다. 원효와 의상의 관계를 상징하는 말로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같은 길을 걷는 도반끼리의 우정을 느낄 수 있다.
2) 문가학 이야기
고려말에 내한(內翰)이라는 벼슬을 한 문가학이 등과하기 전에 정취암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정월 초하루가 되자 스님들이 모두 피신을 가는 것이었다. 가학이 이유를 물은 즉 설날 밤이 되면 요물이 나타나 나이 어린 상좌를 잡아간다는 것이다. 가학은 피하기보다 술과 안주를 마련하고 요물을 기다리니 이윽고 여인이 나타나는지라 술을 먹여 잡고 보니 늙은 여우였다.
여우는 잡힘을 알고 둔갑술의 비법이 적힌 책을 주는 조건으로 풀려났는데 도망가면서 몸을 완전히 감추는 부분을 가져 가버렸다고 한다. 가학은 그 후 벼슬길에 나아갔다가 역모를 꾀하다 적발되자 몸을 감추지 못해 잡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3) 정취암과 여우 설화
고려 말기 어느 때에 정취암 바위굴에는 500년 묵은 여우가 살고 있었다. 이 여우는 매년 섣달그믐 밤이면 사람을 홀려서 한 명씩 죽였다. 그리하여 정취암에서는 매년 섣달그믐이 되면 스님을 비롯한 대중들이 절을 비우고 피신을 하게 되었다. 절에서 대중들이 섣달그믐마다 피신을 하자 그 피해가 인근 마을로 이어졌다.
이때에 정취암 10여리 밖 소이 마을에 문가학이라는 선비가 살았다. 문가학은 어려서부터 담력이 담대하고 문무를 겸비하여 그 재질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바위굴의 500년 묵은 여우의 폐해가 널리 펴지고 인근의 큰 우환거리로 전해지자 문가학은 그 여우를 손수 잡기로 하였다.
문가학은 섣달그믐날 술을 한말 짊어지고 정취암에 올라가 밤이 깊어지도록 기다려다. 간간히 스쳐지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만이 고즈넉한 산사의 밤을 지키는 듯 사위가 적막 그 자체였다. 이경이 지나고 삼경도 깊어갈 무렵 한 줄기 스산한 바람과 함께 나타난 여인이 문밖에서 서성거리며 문을 기웃거렸다.
문가학은 ‘이것이 요괴이구나.’ 마음으로 생각하고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대는 무슨 연유로 이 깊은 밤에 산사를 찾았느냐고 묻고 외간의 사람이기는 하지만 밖이 추우니 방으로 들어오게 한 후 자리에 앉으라 하였다. 방으로 들어와 불빛에 비친 용모를 보니 아찔할 정도로 미색이 빼어난 미인이었다. 문가학은 적적한 밤중에 이토록 빼어난 용모를 갖춘 귀인을 만났으니 어찌 술이 없을 수 있겠는가 마침 좋은 술이 있으니 같이 마시자고 하였다.
한담을 섞어가며 함께 술을 마시다 보니 밤은 깊어가고 술 또한 바닥이 드러나서 만취가 되었다. 여인이 술에 취하자 잠이 들어서 비스듬히 기대어 옆으로 눕는 것을 보니 꼬리가 아홉 달린 구미호의 화신이었다. 문가학은 미리 준비한 끈으로 여우의 손과 발을 묶었다. 여우가 깜짝 놀라서 깨어나더니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였다. 문가학은 꾸짖어 말하기를 요사스러운 짖을 해서 많은 작폐를 하였으니 그 죄가 죽어 마땅한지라 용서할 수 없다고 하였다. 여우가 애원하며 말하기를 나에게는 온갖 일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둔갑술 비결이 있는데 살려주면 대신 그 책을 주겠다고 하였다.
문가학은 마음속으로 기뻐하였으나 여우에게 속을 보이지 아니하고 먼저 그 책을 보고난 후 사실과 다르지 않다면 살려주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여우가 굴로 들어가 둔갑술 비결이 적혀있는 책 한권을 들고 나와서 건네주었다. 문가학은 둔갑술 비결이 적혀있는 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지막 한 장이 남아 있을 때까지 독서삼매에 빠져들어 보고 있었다. 그 때 여우가 끄나풀을 몰래 풀고 갑자기 책을 낚아채어서 굴속으로 도망쳐 사라져 버렸다. 문가학은 지금까지 본 둔갑술 비결대로 둔갑술을 부려 몸을 바꾸어 보았다. 그런데 둔갑이 완전히 되지 못하고 옷고름은 감출 수 없었다.
그 후 문가학은 과거에 급제하여 내한 벼슬을 하면서 여우에게 배운 둔갑술로 새로 변하여 궁중에 들어가 은자(은으로 만든 돈)를 빼내어 거사 자금으로 쓰다가 발각되어 역모죄로 참수되었고 그 집터도 못이 되었다고 전한다.
출전 : 정취암(http://www.jeongchwiam.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